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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뒷정리,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by siennah 2025. 7. 15.

며칠 전, 친구들이랑 강릉 근교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요.
요즘 다들 일에 치여 지내다 보니, 한적한 곳에서 하루쯤 쉬었다 오자는 얘기가 나왔고, 오랜만에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니 정말 좋더라고요.

문제는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우리는 오전 11시 퇴실이라 느긋하게 커피 한 잔 하며 여유 부릴 생각이었는데…주방 옆에 붙어 있던 안내문을 보는 순간 분위기가 싹 바뀌었죠.

“식기 설거지, 분리수거, 바비큐 그릴 정리, 침구 정돈 필수. 미이행 시 청소비 2만 원 부과됩니다.”

순간 멍했어요.

전날 밤에 고기 굽고, 라면 끓이고, 와인도 마셨던 터라…설거지가 한가득이었거든요.

체크아웃까지 1시간도 안 남은 상황에서, 다들 말없이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어요.
커피는커녕 짐도 정신없이 챙겨야 했고, 결국 여유로운 아침산책이 아닌 미친듯이 청소를 해치우고 기진맥진하게 나왔어요.

 

펜션 뒷정리,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뒷정리, 어디까지가 ‘배려’일까?

저도 여행 가면 최소한의 정돈은 해요. 최소한이라고 말했지만...사실 괜히 욕먹기 싫어서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쓰레기도 분리수거 제대로 하고, 음식물도 야무지게 모아서 버리고, 침구류도 각 잡아서 정리하고 와요.
근데 요즘은 그 ‘기본 정리’의 기준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저만 그런생각을 한게 아니었나봐요

물론 숙소 운영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어느정도 정리를 하고 나가면 청소가 편해지겠죠.
혼자 관리하시는 곳은 청소 시간이 줄어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게 당연한 손님의 ‘의무’처럼 요구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저는 좀 아쉽더라구요..

퇴실 시간은 왜 자꾸 당겨지는 걸까?

그리고 요즘은 펜션이나 숙소들의 퇴실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전엔 저 어렸을 때는 보통 12시 퇴실이었는데, 요즘엔 오전 11시,심한 곳은 10시까지 퇴실을 요구하기도 하더라구요.

게다가 바비큐나 술자리를 늦게까지 하다 보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 비비고 설거지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곤 하죠.
한 번은 10시에 체크아웃해야 하는 숙소에서, 전날 새벽 2시까지 놀다가 아침 8시에 일어나 정신없이 뒷정리했던 기억이 나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운전하는데 정말 너무 피곤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저는 ‘과연 이게 여행인가, 노동인가’ 싶더라고요.

호텔이나 리조트처럼 인력이 많은 숙소가 아니라는 건 이해해요.
그래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정리는 손님이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정리의 정도가 ‘휴식’의 시간을 뺏을 만큼 강요된다면, 그건 서비스라기보다는 공간을 빌려주고 청소는 고객이 책임지는 구조가 되어버리는 거죠.
지금은 펜션 가격도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숙박료 안에 청소비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도 퇴실 전에 ‘정리 불량 시 청소비 추가’라는 문구를 보면, 고객 입장에서는 기분이 썩 좋진 않더라고요.
당연히 뒷정리는 하고 갈거긴 한데, 마치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괜히 불편해지더라구요

저만 그랬나요..?

결론: 고객의 배려와 펜션의 내려놓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SNS나 블로그를 보면, 뒷정리를 강요하지 않는 펜션이 입소문을 타는 경우도 있어요.
“그냥 푹 쉬다 가세요. 정리는 저희가 할게요”라고 안내해주는 곳들요.
실제로 제가 가본 어떤 펜션은 이런 문구를 메모지로 남겨주시더라고요.
별 것도 아닌 그 한마디가 되게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다음에 또 오고 싶게 하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쓰레기 쌓아두고 나오는 건 당연히 예의가 아니지만, 숙소도 ‘너무 과한 뒷정리 요구’는 조금씩 줄여갔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기분 좋게 들어왔다가, 기분 좋게 나갈 수 있는 숙소’가 좋은 숙박업체가 가져야할 마인드 같아요.

여행이라는 건 결국 쉼을 위한 시간이잖아요.
아침 햇살 속에서 늦잠 자고, 천천히 커피 한 잔 마시고, 여유롭게 짐을 챙기며 “잘 놀았다" 하고 웃으며 헤어지는 것.
그게 우리가 바라는 여행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요?

펜션 뒷정리 문화, 이제는 조금씩 바뀌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이용자들도 뒷정리를 하는 매너를 지키고, 숙소 입장에서도 조금 더 이용자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욕심을 조금만 더 내려놓으면 서로에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